[기고] 장수기업이 일자리 만든다

입력 2019-05-03 16:48  

日 장수 가족기업의 경영철학
'헌장'으로 만든 모범 배워야

윤병섭 < 서울벤처대학원대 경영학 교수 >



세계적 장수기업의 비결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수기업은 고용창출 능력이 크고 세금을 성실히 납부해 경제성장을 돕는다. 세계에서 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일본은 중소기업 정책에서 가업승계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런 일본에서도 4대째까지 가업승계가 되며 창업 100년을 맞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일본 100년경영연구기구에 따르면 2002년 창업 90주년을 맞은 2573개사 중 2012년 100주년을 맞이한 기업이 1854개로, 10년 사이 27.9%가 소멸했다.

일본 100년기업의 성공비결은 ‘가족헌장’ 등 경영철학이 명확히 담긴 기업이념과 경영원칙을 가풍으로 세워 가업으로 물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헌장은 미래의 가족, 기업, 오너십 간의 균형과 안정을 위해 포괄적인 경영 철학과 원칙, 정책 등을 밝히고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결의한 협약문서다. 1917년 일본 지바현 노다에서 창립한 간장회사 깃코만은 창업자의 가치를 반영한 17개 조항으로 이뤄진 가족교서를 갖고 있다. 1867년 기모노, 보석 등을 팔기 시작해 종업원수 300명, 연매출 약 9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한 쓰카키그룹은 ‘파는 쪽도 좋고 사는 쪽도 좋으면, 사회 전체에도 이득이 된다’는 가훈을 창업자정신으로 지키고 있다.

최고의 명품 뒤에는 행복한 직원들이 있다. 회사는 종업원을 소중히 여겨 직원들이 한 몸처럼 일하게 한다. 3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종합상사그룹 오카야코우키는 정년퇴직자까지 관심을 갖고 배려한다. 해마다 선물을 보내주고, 세상을 떠난 직원의 제사까지 지내준다. 정년퇴직자는 물론 돌아가신 분들까지 소중히 여기는 오카야정신은 사원들이 회사를 믿고 열심히 일하도록 만든다.

경영자와 후계자의 승계의지도 중요하다. 장수기업의 경영자는 물처럼 흐르는 부드러운 경영권 승계를 통해 경영 구도의 안정을 꾀한다. 장자가 있더라도 경영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내부의 능력 있는 직원이나 사위 또는 외부 인재를 양자로 영입해 후계자로 정한다.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 혈연보다 기업의 영속성을 더 중시하는 것이다. 1625년 창업한 후쿠미쓰야는 전통적인 양조기업으로 사업계승을 형제 중 1인에게만 하고, 나머지 형제 및 혈족은 기업에 머물지 못하게 한다. 718년 창업해 1301년째 호시 46대가 경영하고 있는 숙박업소 호시료칸은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기업이다. 호시가에서는 장자 계승의 전통을 따른다. 후계자가 되면 대대로 내려오는 젠고로라는 이름을 이어받고 법원에 개명 신청을 한다. 창업자인 선대의 이름을 계승하는 것이다. 개명 의식에는 선대 가업을 후대에 계승한다는 책임과 의무가 깃들어 있다.

이런 가치관에는 일본이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사상적 기반이 된 이시다 바이간의 ‘선의후리(先義後利)’ 사상이 녹아 있다. 제품을 만들 때 기술이나 솜씨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기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신생 기업의 활발한 창업과 함께 오랫동안 건실하게 기업을 운영하면서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해온 장수기업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훌륭한 전통의 장수기업이 많이 탄생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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